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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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눈부신 기계번역…지나친 의존에 역효과도 | KS News

발전 눈부신 기계번역…지나친 의존에 역효과도 | KS News

[IT동아 권택경 기자]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대작 게임 ‘스타필드(Starfield)’가 지난 1일 앞서 해보기(Early Access) 형태로 사전 출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한국어화 패치가 배포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패치는 개발사가 아닌 이용자들이 직접 일본어판 텍스트를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 서비스인 ‘딥엘(DeepL)’로 번역해 제작했다. 한국어와 어순이 같고, 같은 한자 단어를 상당수 공유하는 일본어 특성과 딥엘의 뛰어난 성능이 어우러져 출시 하루 만에 나온 기계번역 기반 한국어화 패치임에도 상당히 높은 번역 품질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필드의 한국어화 사례는 눈부신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 발전의 파급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계번역은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 번역을 말한다. 쉽게 말해 ‘번역기’를 활용한 번역이다. 과거에는 구문 번역 기반이라 하여, 문장을 단어와 구절 단위로 쪼개 번역하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일종인 인공신경망에 의한 기계번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문장 전체를 맥락까지 이해하는 방식이라 결과물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발전 눈부신 기계번역…지나친 의존에 역효과도 | KS News
출처=셔터스톡

이렇게 기계번역 수준이 높아지면서 번역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기계번역을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다. 아예 기계번역으로 초벌 번역을 한 뒤 이를 사람이 다듬는 MTPE(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라는 작업 방식도 등장해 자리잡았다.

기업 차원에서 비용 및 운영 효율화를 위해 기존에 인력에 의해 이뤄지던 번역 상당수를 기계번역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 전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일종의 설명서인 기술 문서를 기계번역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술 문서뿐만 아니라 일부 제품, 서비스, 앱 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문구에도 기계번역을 활용한다.

'스타필드' 한국어화 패치에 활용된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 서비스인 '딥엘(DeepL)' / 출처=IT동아
‘스타필드’ 한국어화 패치에 활용된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 서비스인 ‘딥엘(DeepL)’ / 출처=IT동아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면도 있다. 이들 기업이 기계번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사후 편집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이전보다 번역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엑스박스 앱의 선택 버튼의 ‘예’, ‘아니오’를 ‘예’, ‘아’로 잘못 출력되는 걸 오랜 기간 방치하다 지난 7월에야 이를 수정했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금도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의 일부 페이지에는 할인 금액을 의미하는 ‘Save’를 ‘저장’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는 등 기계번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앱 내 잘못 표기된 표현을 오랜 기간 방치하다 최근에서야 수정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 출처=엑스박스 공식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앱 내 잘못 표기된 표현을 오랜 기간 방치하다 최근에서야 수정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 출처=엑스박스 공식 트위터

기계번역 도입을 빌미로 인원 감축에 나선 사례도 나타났다. 미국 매체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해외 테크 매체인 기즈모도(Gizmodo) 모회사인 G/O 미디어는 최근 기즈모도 스페인어판 편집자들을 전부 해고한 뒤 이를 AI 번역으로 대체했다. G/O 미디어는 기즈모도를 비롯해 코타쿠, AV클럽, 기즈모도, 더 어니언, 쿼츠 등의 매체를 산하에 두고 있는 미디어 회사다.

기즈모도 스페인어판 필진 중 한 명인 마티아스 자비아(Matias S. Zavia)는 기즈모도 측이 지난달 28일 편집팀을 해체한 뒤 지난달 29일부터 자동으로 번역한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고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했다. 이전까지 기즈모도 스페인어판은 소수의 자체 인력이 직접 영어판 기사를 번역한 기사나 자체 기사를 제공해 왔다.

AI로 번역된 기사 아래에는 ‘이 콘텐츠는 자동으로 번역되었으며, 기계 번역으로 인한 뉘앙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고지문이 표기되고 있다. 독자들이 SNS에 남긴 바에 따르면 일부 기사는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아 영어 원문이 그대로 표기되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번역 품질이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계번역 오류 사례. '할인 금액'을 의미하는 'Save'가 저장으로 잘못 번역되어 있다 /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캡처
마이크로소프트의 기계번역 오류 사례. ‘할인 금액’을 의미하는 ‘Save’가 저장으로 잘못 번역되어 있다 /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캡처

기계번역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상업번역(기술, 제품, 서비스, 광고 및 홍보 관련 번역)과 달리 출판번역, 그중에서도 특히 문학번역 분야에서 기계번역은 아직 뜨거운 감자다. 올해 초에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개최했던 ‘2022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 수상자가 번역 과정에서 네이버의 번역기인 ‘파파고’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상자인 40대 일본인 주부는 번역기는 단순 사전 대용으로 활용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번역원도 재심을 거쳐 수상을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AI 번역기 사용한 작품의 출품을 금지하는 요건을 공모 요강에 신설해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번역가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번역상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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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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